SNS를 보고 나면 마음이 허해지는 이유
잠들기 전 10분만 보려던 피드가 한 시간이 되고, 분명 웃긴 것도 보고 예쁜 것도 봤는데 화면을 끄는 순간 이상한 기분이 밀려옵니다. 허무함, 약간의 초조함,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내 삶에 대한 불만족. 재미있게 봐 놓고 왜 기분은 나빠졌을까요. 이 역설에는 꽤 분명한 심리적 원리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피드는 남들의 ‘하이라이트 모음’이다
첫 번째 원리는 비교의 비대칭입니다. 우리는 나의 일상 전체를 알고 있습니다. 부스스한 아침, 지루한 오후, 밀린 설거지까지. 그런데 피드에서 만나는 타인은 그 사람 인생의 편집본입니다. 여행의 가장 예쁜 순간, 커리어의 가장 빛나는 소식, 수십 장 중 고른 한 장의 사진. 즉 SNS에서 우리는 나의 ‘전체 영상’과 남의 ‘하이라이트’를 비교하게 됩니다. 이 게임은 구조적으로 질 수밖에 없습니다.
머리로는 다들 압니다. “저것도 다 꾸민 거지.” 하지만 비교는 이성이 아니라 반사에 가깝습니다. 심리학에서 사회 비교는 인간의 기본 성향으로 봅니다. 우리는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남을 참조하는데, SNS는 그 참조 대상을 역사상 가장 화려한 표본으로 무한 공급하는 장치인 셈입니다.
허함의 두 번째 이유: 수동적 소비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SNS 사용이 모두 기분을 나쁘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친구와 댓글을 주고받고 대화를 나누는 ‘능동적 사용’은 오히려 연결감을 높이는 반면, 말없이 스크롤만 하는 ‘수동적 소비’가 유독 기분 저하와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합니다. 수동적 스크롤은 참여가 아니라 관람입니다. 남들의 삶을 유리창 밖에서 구경만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삶은 상대적으로 정지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여기에 시간의 문제가 겹칩니다. 한 시간의 스크롤이 끝나면 마음 한구석에서 계산서가 날아옵니다. “그래서 남은 게 뭐지?” 읽은 책은 페이지가 남고 산책은 개운함이 남는데, 스크롤은 손에 잡히는 것이 없습니다. 이 “시간을 흘려보냈다”는 감각 자체가 허함의 큰 지분을 차지합니다.
알고리즘은 당신의 불안을 알고 있다
세 번째 원리는 조금 더 구조적입니다. 피드의 알고리즘은 당신이 오래 머무는 콘텐츠를 학습해서 더 많이 보여줍니다. 문제는 우리가 기분 좋은 것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 더, 불안하고 자극적인 것에 오래 머문다는 점입니다. 나보다 잘난 사람, 화려한 소비, 나만 모르는 것 같은 유행. 알고리즘에게 당신의 열등감은 최고의 연료입니다. 즉 피드가 볼수록 마음이 허해지는 것은 당신이 나약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설계된 공간에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허함 없이 쓰는 몇 가지 현실적인 방법
SNS를 끊으라는 조언은 하지 않겠습니다. 현실적이지 않으니까요. 대신 소비의 방식을 조정하는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 관람을 참여로 바꿔 보세요. 반가운 소식에 댓글 한 줄, 친구에게 재밌는 게시물 공유하기. 같은 시간을 써도 연결의 경험은 완전히 다릅니다.
- 팔로우 목록을 정원 가꾸듯 관리하세요. 볼 때마다 마음이 쪼그라드는 계정은 과감히 숨기기(언팔이 부담스러우면 뮤트). 피드는 내가 매일 산책하는 정원입니다. 가시덤불을 심어 둘 이유가 없습니다.
- 스크롤 전에 목적을 한 번 묻기. “지금 뭘 보려고 열었지?”라는 3초의 질문이 목적 없는 30분을 꽤 자주 막아 줍니다.
- 허해진 날엔 ‘생산의 최소 단위’를 하나. 스크롤 후의 공허는 소비만 했다는 감각에서 옵니다. 짧은 일기 한 줄, 방 한 구석 정리, 10분 산책처럼 작은 생산 하나가 그 감각을 지워 줍니다.
마지막으로 기억할 것. 피드 속 그 사람들도 화면을 끄면 부스스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당신이 비교하던 상대는 사람이 아니라 편집본이었습니다. 편집본과의 대결에서 이길 필요도, 질 이유도 없습니다.